깊어가는 풍요와 결실의 계절 가을에 2025년도 제49회 한국인물작가회의 정기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한 해 동안 회원들이 각자의 삶과 창작의 길에서 묵묵히 쌓아온 열정과 성과를 선보이는 자리이며, 동시에 인물화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한국인물작가회는 인간의 모습을 시각적인 조형언어로 창작하는 작가들이 인물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1988년에 결성한 순수 미술단체입니다. 창립 이래 회원들의 뜨거운 예술혼과 독창성이 녹아든 인물화를 마흔여덟 차례의 정기전을 통하여 대중에게 소개하고 소통하면서 삶의 의미와 기치를 공유해 왔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창작하는 인물화는 구석기 시대에 원시인이 동굴벽화에 사냥을 통한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그리면서 시작된 이래 개인의 삶뿐 아니라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낸 가장 오래된 미술양식입니다.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여긴 서양에서는 명암법과 원근법으로 이상적인 인물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강조한 동양에서는 대상의 외형뿐 아니라 정신세계까지 담아내는 '전신사조(傳神寫照)'에 따른 인물로 표현하는 전통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동서양의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인물화 전통은 현대미술의 다양화로 발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도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간 내면의 진실과 시대의 정신을 담아낸 현대 인물화가 소개됩니다. 회원들의 정성과 혼이 깃든 작품 속에는 인물에 대한 깊은 성찰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 사랑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여 공감과 위로를 얻으시고, 감상의 즐거움과 함께 삶을 돌아보는 울림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한국인물작가회 회장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