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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떨림-Flesh Tremor

    기본정보
    • event_available기간 2024-11-27 ~ 2024-12-22
    • account_circle업체명갤러리 밈
    • location_on주소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smartphone전화번호02-733-8877
    요약정보
      살떨림-Flesh Tremor
  • 전시 서문


     


    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의 그 어디, 이승훈의 무빙이미지 


    신보슬 (큐레이터)


     


    #시간-회화 


    언뜻 보면 그림이다. 펜을 사용한 것 같기도 하고, 물감이나 파스텔을 쓴 것 같아도 보인다.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한 듯한 장면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살랑살랑 움직인다. 화면 속 인물의 눈동자가 깜빡거리고, 창밖으로 트럭 한 대가 지나가기도 한다. 회화와는 달리 그의 그림은 ‘움직임’을 안고 있다. 이승훈은 자신의 작품을 ‘시간-회화’라 불렀다. 최종적인 결과물은 다분히 회화를 닮아 있지만, 이미지 속 일부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회화’라고 단정 짓기 조심스러웠던 듯하다. 아마도 이 때문에, 작가는 ‘시간’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철학적인 개념을 끌어와 ‘시간-회화’라 부르기로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시간을 가져온다면, 회화는 유효할까? 이 글은 이승훈의 작업을 둘러싼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시간(성) 


    “회화는 매 순간마다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 게르하르트 리히터 시간(성)은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화두였고, 화두이다.. 특히 회화 작가들의 경우, 고정된 이미지의 회화(그림) 안에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거나 다양한 층위의 시간을 담아내려 많은 시도를 해왔다. 예를 들어, 피카소는 큐 비즘을 통해서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포착하려 했고, 살바도르 달리는 <기억의 지속 (La Persistencia de la Memoria)>에서 녹아내리는 시계를 통해서 시간의 상대성과 주관성을 표현하려 했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게하르드 리히터(Gehard Richter) 등 많은 예술가들이 회화에서의 시간성을 탐구해 왔고, 이를 고유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회화는 평면에서 시간의 속성을 표현하는 것은 철학적인 탐 구와 무수히 많은 실험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작품에 움직임이 더해질 때 시간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작품에 접목된다. 이렇게 접목된 시간에서 ‘시간(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인 형식연구는 (대체로) 생략된다. ‘시간-회화’라는 명제 앞에서 이승훈의 ‘시간-회화’는 과연 시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문득 궁금해졌다.. 


     


    #회화 


    “회화는 재료의 특성과 물리적 성질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 리처드 세라 회화는 보통 캔버스, 종이, 나무, 유리, 비단, 콘크리트 등 다양한 표면에 색(안료)을 덧붙여 가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즉 물감(안료)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층을 쌓아가며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이 전통 적인 회화의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승훈은 캔버스나 물리적인 표면에 물감을 쌓아가는 방식이 아닌 디지털 레이어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각각의 레이어는 하나의 독립적인 층위를 형성하 고, 이 층위들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물감의 질감이나 두께 같은 요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디지털 환경에서만 존재하는 레이어들의 조합을 통해서 이미지가 구성된다. 캔버스 위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타블렛 펜마우스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3D 공간 안에 들어간 이미지에 바람이나 중력의 수치를 주면 이미지에 움직임이 더해진다. 기존의 회화와는 확연이 다른 과정으로 만들어진 이승훈의 작품을 전통적인 회화 의 범주에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 질문하게 된다. 이승훈의 작품을 설명할 때, ‘회화적 손맛‘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손의 물리적인 제어보다는 디지털 도구의 사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 역시 그의 작품을 회화라 부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아 니면 회화의 확장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아트 안에서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애니메이션 


    이승훈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표현기법을 발전시켰다. 애니메이션이 ‘살아있음’ 또는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 (anima)에서 유래하여, 정지된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하고 생동감을 더하는 작업을 뜻한다는 점에서 고려하면, 이승훈의 움직이는 이미지들도 애니메이션의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승훈의 작업은 기존 이승훈의 작업에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이 있다. 김노암도 언급했듯이 이승훈의 작업은 ‘단순한 선(line) 조차도 수많은 레이어로 중첩되고 진동하며 순식간에 마술적 환영을 만들어낸 다. 이렇게 숨쉬며 생동하는 이미지는 아무리 단순하다 할지라도 창자자의 창작과정에서 경험되는 세계와 결합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너무도 생생한 대상의 재현은 역설적으로 대상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창 작자가 부여한 새로운 관각과 의미로 현화된 전혀 새로운 정신적 대상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니며, 움직임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또한 그의 작업은 스토리텔링에 기반하지도 않는다. 삐걱거리고 나른한 오후, 일상의 언저리를 포착하는 그의 움직이는 이미지들은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기라도 하듯, 기존 산업으로서의 애니메이션계가 보여주는 문법을 의도적으로 파기해 간다는 점에서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국한시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 하다. 


     


    #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 #무빙이미지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작품이 회화인가 애니메이션인가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풀어간 이유는 적어도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 오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서였다.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에 붓질의 흔적이 보이고, 작가의 손맛이 보이는 듯 하다고 해서, 그것이 회화는 아니라는 점을, 이미지가 움직인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단순화시키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본질적 으로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다. 때로는 형식과 장르에 대한 이해가 작품에 다가가는 첫걸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승훈의 작품은 엄밀하게 회화라 할 수 없고, 애니메이션에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화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창작된 이미지이지만, 애니메이션 산업과는 분명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만일, 기존의 장르가 그의 작품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방해한다면, ‘전통적’인 해석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오히려 그것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충분히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이지는 않을까? 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무빙 이미지’라는 개념으로 이해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빙이미지, #일기 


    “회화는 단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파블로 피카소 


    현대미술은 뭔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종종 흔한 동네풍경에도 뭔가 의미를 담으려고 애쓰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작품과 작품에 대한 글이 겉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승훈은 솔직하다. 작업에 뭔가 큰 의미를 부여하려들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살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과 사람, 풍경과 물건의 인상을 잘 기억했다가 작품으로 일기를 쓴다. 누군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그런 일기. 그래서 이승훈의 작품은 어렵지 않게 다가가 공감할 수 있다. Ps. 작품에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회화처럼 보이는 무빙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적절한 표현방식을 찾아가기 위해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일기 의 이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레이어와 시간이 축적되어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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