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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 개인전

    기본정보
    • event_available기간 2025-05-01 ~ 2025-05-14
    • account_circle업체명가가 갤러리
    • location_on주소서울 종로구 인사동4길 1 1~2F
    • smartphone전화번호010-2094-13
    요약정보
      유희 개인전

  • 유희의 작업은 어떤 의미에서 ‘완성’보다는 ‘머무름’에 가깝다. 그의 작품은 특정한 종착점으로 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감각이 반응하고, 몸이 움직이며, 재료가 자기 의지로 흔적을 남기는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조용히 숨을 쉰다. 이때 작가는 통제자가 아니라, 곁에 함께 반응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그 흐름에 참여한다.

    그의 회화적 세계는 겉으로 보기엔 종이와 물감이라는 익숙한 조합이지만, 그 안에서는 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물이 번지고 마르며 생기는 우연의 자국들, 종이가 수분을 머금으며 생기는 들뜸이나 일그러짐, 펄 안료가 빛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는 미묘한 시차들. 유희는 이 모든 우연적 변화와 감각의 충돌을 ‘결과’가 아닌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생산이 아니라 감응, 통제가 아니라 공존이다. 물감은 붓보다 먼저 방향을 정하고, 표면은 시간과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다. 유희는 이를 억지로 다듬거나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재료의 자율성, 그리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어긋남이나 겹침에 감각을 기울인다. 이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존재 방식에 대한 태도다.


    유희의 작업에는 ‘일상’이라는 중요한 축이 있다. 그러나 그 일상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것이 아니다. 그의 세계에서 일상이란, 축적과 잊힘, 우연과 기억이 끊임없이 뒤엉키는 비선형의 장면이다. 작업에 등장하는 형상들이 때론 꽃의 이미지로, 때론 흔적의 패턴으로 반복되지만, 그것은 결코 똑같지 않다. 각 점, 각 선, 각 얼룩에는 다른 시간이 깃들고, 다른 감각이 숨 쉰다. 유희의 반복은 복제가 아니라 차이의 발화이며, 그의 일상은 늘 새롭게 구성되는 풍경이다.

    그의 공간 활용 또한 유의미하다. 예컨대 경주 Pigok에서의 작업처럼, 그는 특정한 장소가 지닌 시간의 흔적, 물성의 피로, 삶의 찌꺼기들에 깊은 존중을 보인다. 무대처럼 정돈된 전시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 속에서 예술이 스며드는 방식을 택한다. 나무 판자의 갈라짐, 먼지 낀 유모차, 사라진 물건의 그림자들. 작가는 그것들을 전시의 배경으로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일부로서 들여다보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감각을 펼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유희가 관객을 작품의 외부자가 아닌 함께 흐르는 존재로 상정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업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명확한 의미보다는 각자의 감각과 기억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개별적인 체험의 층위를 열어둔다. 이는 유희의 작업이 결국 하나의 '열린 장면'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정되지 않고, 반복되지 않으며, 늘 새롭게 다시 체험되어야 하는.


    유희의 예술은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은 늘 흐르고 있으며, 그 속의 우리는 완성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렇기에 감각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며, 우연은 억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리듬이다. 그의 작업은 그 자체로 일상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조용한 제안이다. 사물, 시간, 인간의 경계가 흔들리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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